1970년대 말 일본의 경제는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다.
당시에는 일본 땅 전체도 아닌 토쿄 땅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일본 경제의 위세는 대단했다. 이런 일본 경제의 성장 배경에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 : Toyota Production System)과 같은 독특하고도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 방식으로 북미 시장에서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인 GM, 포드, 클라이슬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고 이 TPS는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의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분야 걸쳐 확산되어 일본 경제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TPS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JIT(Just In Time)방식인데 이는 재고 없는 생산 시스템을 뜻한다. 즉, 제품을 생산할 때 부품을 미리 쌓아 놓고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 필요한 부품만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 재고관리 비용을 0으로 만들 수 있어서 생산비용을 크게 절감하였다. 이 JIT를 가능 하게 만든 것이 바로 칸반 시스템이다.

칸반은 간판(看板)의 일본 발음으로 각종 부품 관련 정보를 담은 기록표로 모든 부품상자에 부착되어 있어 부품 박스가 비워지면 자동으로 납품업체에 정보가 전해져 실시간으로 납품지시가 전달된다. TPS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카이젠이다. 카이젠은 개선(改善)의 일본 발음으로 생산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끝없이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 이런 TPS방식과 같은 독특한 관리 기법으로 1980년대 말까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은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면서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변화를 싫어하고 개혁과 혁신을 꺼려 하는 국민성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그 늪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부른다.

21세기들어서면서부터 애자일 기법이 등장하여 애자일이 TPS의 칸반과 카이젠 개념을 채택하여 애자일 방법론을 구체화하게 되고 이 애자일 기법을 통해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많은 혁신기업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반해 칸반과 카이젠의 원조격인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잃어버린 40년”으로 가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하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의 칸반은 데이비드 J앤더슨이라는 소프트웨어 컨설턴트가
2004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초로 시도하였고 그가 2006년 코비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로 자리를 옮기면서 발전시킨 린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다. 칸반은 얼핏 보기에는 간단히 업무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도구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칸반시스템 에는 많은 사상과 문화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다.

먼저 칸반의 첫번째 특성은 팀이 처리할 수 있는 만큼의 업무를 가져온다. 이를 당김방식(Pull 방식)이라고 하는데 팀이 진행중인 업무(WIP: Work In Process)를 정해진 수용량(WIP Limit) 만큼 제한하여 병목현상을 방지하고 요구부서의 요구량을 팀의 처리량에 맞추어서 팀원의 워라밸(Work-Life-Balance)을 보장하여 지속가능한 개발 속도를 달성하게 한다. 이는 인본주의 사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칸반의 두 번째 특성은 업무 흐름의 시각화(Visualization)이다. 칸반은 카드벽(Card Wall)이라는 시각적 제어 메커니즘을 통해 관리자의 지시 없이도 진행 업무를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작업을 스스로 조직하고 할당할 수 있으며 백로그에 있는 업무를 완료할 수 있다. 이는 팀원 스스로 업무를 할당하고 책임지는 자율적 문화와 다른 팀원과의 협업을 촉진하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게 해준다.


칸반의 세 번째 특성은 현재의 프로세스에 최소한의 저항으로 프로세스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고 점진적 개선 방식을 통해 가치있는 소프트웨어를 규칙적으로 고품질로 릴리스하여 고객만족을 달성하게 해준다. 이는 궁극적으로 고객 제일주의의 철학을 완성하게 해준다.

세상의 모든 것에 절대적인 것이 없듯이 칸반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칸반 시스템은 직장 내에서 문제를 논의하도록 해주는 긍정적 긴장을 형성할 수 있게 하고 팀, 프로젝트, 조직을 더욱 민첩하게 만들며 특정 상황에 최적화된 맞춤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민첩하게 변화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경영의 귀재 GE의 전 회장 잭웰치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변화하라 (Change before you have to)” 고 했다. 변화는 그만큼 어렵고 중요하다.

미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Yes, we can!”이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44대 대통령이 되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의 바람을 넘어 변화의 태풍에 대처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Yes, we Kanban!”이라는 슬로건으로 칸반을 도입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칸반은 변화를 완성시키는 절대 조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변화의 촉매로서 변화의 시발점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Yes, we Kanban! Yes, we agile! Yes we can survive and finally, we success!”

김대일
Agile Coach

Agile Evangelist. 다수의 선진 글로벌 금융기업의 IT 담당 임원과 Agile Innovation Champion을 역임하면서 기업의 IT/Digital Transformation/Agile Business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리딩하였으며, 차세대 뱅킹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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