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이 시작된 21세기부터 급속도로 활성화된 인터넷은 세상을 온통 바꾸어 놓으면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 뱅킹을 통해 돈을 송금 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침마다 배달되던 신문을 읽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읽기 시작하였다. 이때 새로 시작된 인터넷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0년대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이제 집안에 있는 책상위의 컴퓨터로 인터넷을 사용하려 하지 않고 손안의 컴퓨터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길에서 택시를 잡지 않고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퇴근하면서 슈퍼에 들러 식료품을 사지 않고 지하철에서 배달 앱을 통해 식료품이 내일 새벽에 집 앞에 배송되도록 하였다.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또 많은 기업들이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이렇듯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를 아우르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하고 고객과 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요구를 과소평가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사라진 반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주도하며 민첩하게 변화를 이끈 기업들은 게임 체인저로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1887년 세계최초로 휴대용 사진기를 개발한 코닥은 1990년대까지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카메라와 필름의 대명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였으나 21세기에 들어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2012년에 파산하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회사이다. 그러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가 기존의 필름시장을 위협할 것이라 판단하고 상용화를 거부했다가 결국 경쟁사의 디지털 카메라의 공세에 파산하고 말았다. 이렇듯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기업은 결코 살아남지 못한 다는 사실은 아주 당연하고도 단순한 진리이다.

2020년대가 시작된 지금의 현대사회를 “VUCA”시대라고 부른다. 이는 불안정(Volatility)하고 불확실(Uncertainty)하며 복잡하고(Complexity) 하고 애매모호한(Ambiguity) 사회를 의미한다. 그 만큼 변화가 빠르고 미래예측이 불확실하고 다양하여 의사결정 및 방향설정이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이 이를 극복하고 현대의 VUCA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다른 의미인 “VUCA”를 실현해야만 한다. 즉, 기업은 비전을 제시하고(Visionary)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며(Understanding) 명백한 방향설정과(Clarity) 민첩하게 대응하는(Agility) 기업이 되어 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이 중에서 민첩한 기업으로의 탈바꿈은 현대사회에서 기업 생존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인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 들면서 IT 기술이 J-curve의 속도로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컴퓨터의 칩 속도나 메모리의 용량, 네트워크 스피드와 같은 IT 인프라의 발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형태, 문화 등은 수 십년전의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도 이 기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기업의 민첩성이 적자생존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2000년대가 인터넷 시대, 2010년대가 모바일 시대라면 2020년대는 이제 VUCA 시대이자 애자일 시대이다. 2016년에 설립된 카카오 뱅크는 2021년 11월 현재 시가총액이 33조원으로 기존 전통적인 은행의 맏형인 국민은행의 시가총액 23조원 보다 10조원이 더 많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의 전 금융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전 산업계를 통틀어서도 10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이다.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설립 5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단숨에 금융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을까? 물론 전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SNS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뱅킹이지만 금융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성과이다. 이런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애자일”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의 덩치 큰 은행과의 싸움을 준비하면서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라는 애자일 전략으로 제품이 완벽해질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VUCA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 대응하면서 수정 보완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즉, 모든 것을 다 갖춘 소위 “슈퍼 앱”을 만들려 하지 않았고 또 초기 제품의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철저한 애자일 방식으로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민첩하게 그리고 자주 반영하였다. 그리고 금융업계 시가 총액 1위의 기업이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인 2020년 12월 대한민국 배달 앱 1위 기업인 배달의 민족이 독일의 Delivery Hero라는 기업에 40억 달러에 합병되어 이제는 배달의 민족이 아닌 게르만 민족이 되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었다. 40억 달러는 한화로 약 4조 7500억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이렇게 큰 금액을 받고 인수합병이 되었을까?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대표는 성공적인 매각의 비결은 서슴지 않고 애자일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배달의 민족은 “고객은 항상 이런 형태 일거야”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며 고객은 항상 예측불허라는 전제하에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 보다는 고객들의 변하는 취향에 바로바로 대응하는 그들 만의 독특한 애자일 방식으로 앱을 개선해 나갔고 이러한 애자일 전략이 배달의 민족을 4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예측 불가한 기술의 발전, VUCA 시대에 불확실한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더 이상 애자일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발상이다. 6개월간 시장조사하고 6개월간 프로젝트 기획하고 예산 확보하여 1년간 개발하여 2년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되는 어떤 서비스 앱과 1달 단위로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새로 업그레이드되는 서비스 앱 중 어떤 것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는 굳이 대답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애자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리고 이는 아주 단순한 진리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해 또 다른 “코닥”이 되어 시장에서 사라지는 기업들이 많은 것은 또 무슨 아이러니일까?
미국의 저술가 로버트 키요사키의 명언이 더욱 새로워진다.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빠르게 혁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Only those who have the agility to change with the market and innovate quickly will survive.”

2020년대 새로운 10년, 불확실성의 VUCA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리고 이 VUCA시대의 유일한 생존 대안인 애자일 시대 또한 열렸다. 앞으로 10년, 누가 사라지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김대일
Agile Coach

Agile Evangelist. 다수의 선진 글로벌 금융기업의 IT 담당 임원과 Agile Innovation Champion을 역임하면서 기업의 IT/Digital Transformation/Agile Business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리딩하였으며, 차세대 뱅킹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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